정부의 대변인이 된 언론?, 공영방송의 몰락인가.
그레이스 헤럴드 / 진종구 칼럼니스트

나경원 의원이 YTN 생방송 인터뷰 중 “앵커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대변인 같다”고 강하게 항의한 장면은 결코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다. 이 발언은 오늘 한국 언론이 처한 위태로운 현실을 담고 있다.
즉, 언론이 권력의 비위(鼻遊)를 돌보는 수동적 복사기가 아니라, 권력의 입을 직접 대행하는 구조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진실을 보도해야 할 앵커가 질문 방식에서부터 정부 쪽 논리를 그대로 재생해내고, 반대 측에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모습은 언론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일이다.
이번 인터뷰에서 진행자는 정성호 장관의 발언을 먼저 제시하고, 이어 나 의원에게 반박을 요구했다. 나 의원은 “오늘 질문하시는 게 굉장히 실망스럽다”고 공개적으로 반발했다.
이 장면은 언론이 정부와 권력의 입맛에 맞게 질문을 설계하고 있다는 비판을 가능하게 한다.
더욱이 제도적 변화가 이를 촉진했다는 점에서 사태는 위험하다. 2025년 8월 5일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재석 180명 중 찬성 178명으로 통과되었다. 이어 2025년 8월 26일 해당 법률이 시행되었다.
법안은 ‘공영방송 이사 수 확대 및 추천 주체 다양화’, ‘사장추천위원회 설치’,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편성위원회 설치 의무화’ 등 언론의 지배구조 및 편성 자율성을 바꿔놓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언론 독립의 명분으로 포장됐지만, 현실은 정치권과 권력이 방송 체계를 다시 설계해 자기 편향을 강화하는 ‘역개혁’의 기제로 작동할 위험성이 크다.
이번 사건은 특정 앵커의 질문 태도가 잘못되었다는 차원을 넘어, 언론과 권력의 결탁이 새로운 제도적 기반 위에 놓였음을 드러낸다.
언론이 다시 권력의 감시자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국민에게 남는 것은 ‘권력의 방송’뿐이다. ‘국민의 방송’은 영원히 사라질 수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 확인된 앵커의 태도와 최근 방송법 개정이 보여준 제도적 변화는, 한국 언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닌, 지금 당장 되돌아가야 할 출구임을 명심해야 한다.
TheGraceHera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