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mestic Issues Column

헌법존중 정부혁신 TF, 공무원 사회를 '5호 담당제'式 감시 체제로 만들 것인가

Marquis.JIN 2025. 11. 12.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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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헤럴드 / 진종구 칼럼니스트

북한의 5호 담당제 풍자그림 / 그레이스 헤럴드

 

정부가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모든 중앙 부처에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를 설치하고 공무원들의 계엄 관여 이력을 조사하겠다고 나섰다. 표면상으로는 ‘헌법 수호’와 ‘내란 청산’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공직 사회 전반에 대대적인 ‘물갈이’ 바람이 불어닥칠 조짐이다.

 

이미 각 부처에서 “누가 계엄에 협조했다더라”는 투서가 쏟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 조사가 단순한 진상규명을 넘어 내부 감시 체제로 변질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총리실은 “이번 조사는 문재인 정부 시절의 적폐청산과는 다르다”고 강조하지만, 공무원 사회의 분위기는 다르다. 문재인 정부 때도 ‘적폐 청산’이란 이름으로 부처마다 위원회가 꾸려졌고, 당시 상당수 공무원들은 동료를 의심하고 투서하는 일이 일상화된 바 있다.

 

이번엔 그 대상이 ‘적폐’에서 ‘내란’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이름만 다를 뿐, 권력의 코드에 맞지 않는 인사들을 솎아내는 정치적 숙청의 냄새가 진동한다.

 

더 큰 문제는 익명성을 보장한 투서 제도가 악용될 가능성이다. 정부는 제보 센터를 설치해 누구든 ‘계엄 관여자’를 신고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그러나 익명 제보는 언제나 ‘허위 신고’의 온상이 되어 왔다. 자신과 경쟁 관계에 있는 동료를 제거하기 위한 허위 투서, 상관의 인사 불만을 표출하기 위한 음해성 제보가 난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제보자의 익명성이 보장된다면, 실체적 진실 확인이 어려운 가운데 입맛에 따라 선별적으로 처벌하는 근거가 될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투서 대상자인 공무원은 ‘내란 동조자’라는 낙인을 씻을 길이 없다.

 

이런 제도는 과거 공산권 사회에서 시행되던 ‘5호 담당제(五戶擔當制)’를 떠올리게 한다. 이웃 다섯 집이 서로를 감시하고 보고하도록 만들어 사회 전체를 통제하던 북한식 내부 감시 체계다.

 

‘헌법 존중’이란 이름 아래 공무원들이 서로를 의심하고, 투서와 허위신고를 통해 생존을 보장받는 사회가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공산주의와 다를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헌법이 보장하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상명하복’ 이전에 ‘양심의 자유’에 기반을 둔다. 그러나 지금처럼 정부가 직접 나서서 과거의 행적을 캐묻고, ‘협조 여부’를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면 공직사회는 충성 경쟁으로 변질될 것이다. ‘내란 청산’이 아니라 ‘충성 심사’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더구나 이번 조사는 특검 수사와 병행된다. 이미 조은석 특검팀이 내란 관련 혐의를 수사 중인데, 정부가 별도의 TF를 꾸려 행정적 조사까지 벌이는 것은 중복이자 과잉이다. ‘독자적 조사’라는 미명 아래 정치적 의도가 개입될 여지를 스스로 열어두는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내란 책임은 형사 처벌뿐 아니라 인사상 문책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 말이 공무원 사회 전체를 상대로 한 ‘사상 검증’으로 변질되고 있다. 헌법을 존중한다는 TF가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자유를 억압하는 수단이 되고 있는 사실에 분개할 뿐이다.

 

정부는 공직사회에 대한 불필요한 공포 통치를 중단해야 한다. 진정한 헌법 존중은 과거를 캐묻는 것이 아니라, 법치주의 원칙 속에서 현재의 자유를 판단하는 것이다. ‘헌법 존중 TF’가 또 하나의 ‘5호 담당제’로 기억된다면, 그 책임은 결국 현 정부가 짊어져야 할 것이다.

 

TheGraceHera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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