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Affairs

원화가 지속적으로 휴지 조각이 되고 있어...현금 옮길 필요

Marquis.JIN 2025. 11. 16. 13:48
반응형

그레이스 헤럴드 / 진종구 칼럼니스트

 환율의 구조적 상승을 읽는 법

1996년 원‧달러 환율은 750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1,455원이라는 숫자를 보고 있다. 이는 단순한 변동이 아니라, 지난 30년 동안 원화 가치가 절반으로 하락한 장기적 현실을 의미한다. 간혹 환율이 내려가는 시기가 있었지만, 큰 흐름은 한 방향이었다. 원화 약세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경로에 가깝다.

 

최근의 급격한 환율 상승은 정치·경제적 불안, 대규모 해외 투자 발표, 정책 신뢰도 하락 등 단기 요인들이 촉발한 결과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스파이크가 반복될 때마다 되돌림의 바닥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환율의 ‘체급’ 자체가 올라가고 있는 셈이다.

 

중기적으로는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원화 약세를 심화시키고 있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2.5%, 미국은 3.75~4.0% 범위다. 위험도가 더 높은 한국 시장에 자본이 유입되려면 높은 금리가 필요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미국이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 결과 외국인 자본은 한국을 떠나고 달러 수요는 높아지며, 원화 수요는 줄어든다.

 

장기적 관점에서 원화 약세는 더욱 분명하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이미 1%대 초반까지 떨어졌고, KDI와 한국은행은 머지않아 1% 밑으로 내려갈 것으로 본다. 성장률 차이는 결국 통화의 힘으로 나타난다. 경제가 정체되면 통화도 약해진다. 또한 한국의 통화량(M2)은 미국보다 더 빠르게 늘어나 왔으며, 이는 원화 가치를 꾸준히 희석시키는 구조적 요인이다.

 

대외 환경도 한국에 불리하다. 일본의 엔화 약세 정책, 미·중 갈등,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은 한국의 수출 여건을 약화시키고, 원화의 변동성을 키운다. 한국 자산은 부동산과 원화에 지나치게 집중되어 있어, 통화가치 하락에 대한 방어력이 매우 낮다.

 

이러한 상황에서 달러 자산 보유는 투기적 판단이 아니다. 그것은 인플레이션, 환율 급등, 자본시장 변동성에 대비하는 필수적 안전장치이며, 포트폴리오 분산의 가장 기본적인 전략이다. 달러 예금뿐 아니라 달러 기반의 주식, 금, 비트코인 등 글로벌 가격으로 움직이는 자산도 같은 범주에 포함된다.

 

원화 약세는 “잠깐의 위기”가 아니라, 한국 경제의 장기 흐름이 반영된 거울이다.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대일수록 자산의 국적을 나누고, 원화 의존도를 줄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환율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앞으로의 경제질서를 읽는 가장 정직한 신호이기 때문이다.

 

TheGraceHerald.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