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하지 않는 지도자... 한동훈 책임론을 피할 수 없다

국민의힘이 거대 여당의 입법 폭주와 권력 집중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 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다. 그러나 그 책임의 한 축에 한동훈 전 대표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는 당이 무너지는 과정에서 끝내 정치적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오히려 침묵과 법적 대응이라는 선택으로 스스로를 방어하는 데 급급했다.
당원게시판 논란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었다. 당시 당 대표의 가족들이 익명 공간을 통해 현직 대통령 부부를 반복적으로 비난한 사실은, 그 자체로 정치 윤리의 문제였다. '제명'이라는 징계 수위가 과도했는지 여부와 별개로, 당 대표로서 마땅히 국민과 당원 앞에 설명하고 유감을 표했어야 할 사안이다.
그러나 한 전 대표는 지금까지 이 문제에 대해 단 한 차례의 공개 사과나 명확한 해명도 내놓지 않았다. 책임을 회피한 채 시간만 흘려보낸 것이다.
정치는 법정 공방으로 해결되는 영역이 아니다. 그럼에도 한 전 대표는 갈등이 생길 때마다 대화와 조정 대신 법적 판단에 기대는 태도를 반복해 왔다. 이는 정치적 책임을 도덕과 설득이 아닌 법률 논리로 대체하려는 자세로 비친다. 설령 법원 판단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는다 한들, 무너진 신뢰와 상처 입은 당의 공동체성은 회복되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권력 내부의 갈등을 조정하지 못한 책임이다. 한 전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 정치적으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었던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고 작은 충돌이 누적되도록 방치했고, 그 갈등은 결국 비상계엄이라는 정권 전체를 붕괴시키는 파국으로 이어졌다. 당시 여권의 핵심 인사로서 사태를 막지 못한 데 대한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외면할 수는 없다.
그는 계엄 해제와 탄핵 찬성을 자신의 정치적 자산처럼 강조하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책임이 면제될 수는 없다. 위기의 한가운데 있었던 지도자가 결과에 대해 아무런 반성도, 사과도 하지 않는다면 국민은 그의 진정성을 믿기 어렵다.
말로써 합리화를 시키며 자신에게 잘못은 없다고 여기는 태도 자체가 이미 정치 지도자로서의 자격을 의심케 한다. 말 못하고 묵묵히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실천적 사람은 참 서글프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핵심 지역에서 급락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제1야당의 붕괴는 곧 정치 균형의 붕괴로 이어지고, 이는 민주주의에 치명적이다. 여당의 독주를 견제할 힘을 잃은 야당은 존재 이유를 상실한다.
국민의힘이 다시 서기 위해서는 구조 개편 이전에 책임 윤리가 바로 서야 한다. 그 출발점은 한동훈 전 대표의 성찰과 사과다. 정치적 영향력을 가졌던 인물일수록 더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상식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야당 재건은 공허한 구호에 그칠 뿐이다.
정치의 신뢰는 깐족대는 말이 아니라 책임지는 자세에서 시작된다.
TheGraceHera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