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해체가 부른 권력의 불균형, 국민만 무방비로 노출된다
그레이스헤럴드 / 진종구 칼럼니스트

대한민국 검찰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날이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국회가 지난 9월 검찰청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를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다. 명분은 ‘정치검찰 청산’이다. 그러나 정작 국민이 마주할 현실은 권한이 비대해진 경찰, 그리고 이를 견제할 아무 장치도 없는 위험한 구조다.
검찰에는 1만 명이 넘는 인력이 있다. 77년간 수사와 기소 기능을 수행해온 조직이지만, 해체 과정은 괄목할만한 반발 한 번 없이 흘렀다. 검수완박 당시 전국 검사장회의가 열리고 수사관들이 집단성명을 냈던 것과는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검찰 내부에서조차 들리는 말은 “자포자기”라는 허탈한 탄식이다.
반면 금융위원회는 조직 해체가 거론되자 극렬히 반대해 보류됐다. 그래서 요즘 검찰의 자포자기식 대처는 무력한 검찰, 정치적 계산에 밀린 개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가 되었다.
개정안 시행 후 수사기관은 경찰·중대범죄수사청·공수처 등으로 나뉜다. 중대비리와 고위공직자 사건은 공수처와 중수청이 맡고, 일반 국민과 관련된 대부분의 범죄는 전적으로 경찰이 담당하게 된다. 문제는 여기 있다.
경찰 수사에 대한 견제 기능이 사실상 사라진다. 경찰이 오판하거나 무리한 수사를 할 경우, 이를 시정할 기관이 없다. 지금까지는 민생범죄‧사기‧보이스피싱 피해자 등은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를 통해 권리를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경찰의 판단이 곧 기소의 운명을 좌우한다. 강압 수사, 선택적 수사, 지역 유착이 발생해도 국민은 하소연할 곳이 없다.

더 큰 문제는 정치영역이다. “정치검찰을 막겠다”는 명분이었지만, 정작 정치권력에 칼을 들이대는 조직이 사라졌다. 경찰이 집권세력의 눈치를 보며 민감한 정치 사건을 회피할 가능성은 이미 우려스러울 정도다. 공수처는 이미 선택적 수사·편파 기소 논란을 자초했다. 중수청 역시 행안부 산하로 들어가며 권력 독립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결국 정치인은 건드릴 곳이 없고, 권력형 부패는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한 전직 검사는 이렇게 말했다. “대선자금·재벌비리·대형 금융범죄를 신속히 파헤칠 역량은 검찰만이 갖고 있었다. 이제 그 노하우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검찰 수사관들 역시 국민 피해를 가장 우려한다. 사건 장기화, 책임 떠넘기기, 피해자 권리 침해. 이미 현장에서 예상되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검찰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권력 견제 없는 개혁은 개혁이 아니다. 지금의 구조는 “정치권력의 방패막이형 사법체계”로 회귀할 위험이 다분하다. 권력이란 비대해질수록 반드시 통제 장치를 요구한다. 이번 개편에서 경찰은 사상 최대 권력을 쥐었다.
그러나 국민은 그 권력의 피난처를 잃었다. 국민의 기본권을 위한 최소한의 보완수사권, 통제권, 독립적 감시체계가 다시 논의돼야 한다. 개혁의 명분 뒤에 가려진 것은 국민 보호 장치의 붕괴라는 혹독한 현실이다.
“정권이 아닌 국민을 위한 기관”이라는 원칙이, 검찰이든 경찰이든 권력기관 개혁의 최종 기준이 되어야 한다.
TheGraceHera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