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가 조명하는 구마의식의 실체 _ 빙의, 신앙과 과학의 경계에서
그레이스헤럴드 / 진종구 칼럼니스트

2023년 러셀 크로우 주연의 영화 '엑소시즘-더 바티칸'이 교황청 수석 구마사제였던 가브리엘 아모르트 신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된 이래, 구마사제(엑소시스트)와 악마 빙의 현상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2025년 1월에는 러셀 크로우가 다시 주연을 맡은 오컬트 영화 '더 엑소시즘'이 개봉되면서, 김윤석과 강동원 주연의 '검은 사제들' 등 국내외 영화에서 다루는 구마의식의 실존 여부와 비공개 원칙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가톨릭 교회는 악마에 빙의된 이른바 '부마자'에 대한 구마의식을 행하고 있으나, 그 과정은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이는 무엇보다 부마자의 신상 보호와 사생활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기 때문입니다.
구마의식이 종료된 후에도 집전을 맡은 사제는 의식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일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이는 상담사의 내담자 비밀 유지 의무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됩니다.
구마의식 집전을 위해서는 단순한 종교적 판단을 넘어 객관적인 검증 과정이 필수적입니다. 구마의식을 수행하는 사제와 보조사제 외에도 정신과 의사와 심리학자가 반드시 팀에 참여해야 합니다.
이들의 역할은 부마 증상이 의학적, 심리적 문제가 아닌 진정한 악마 빙의인지를 과학적, 전문적인 관점에서 판단하는 것입니다. 만약 빙의가 아닌 것으로 판명될 경우, 구마의식은 진행되지 않으며 환자는 병원으로 보내져 치료를 받게 됩니다.

진정한 빙의로 판단되는 명백한 징후로는 △빙의된 자가 도저히 알 수 없는 정보를 언급하는 것 △배운 적 없는 고대 언어나 외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것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것 △십자가, 성수 등 성스러운 물건에 강한 혐오감을 보이는 것 등이 있습니다. 또한, 구토물과 함께 쇠못 같은 이물질을 토해내는 사례도 보고된 바 있습니다.
구마사제는 의식 초기에 두려움을 느낄 수도 있지만, 결국 하느님의 능력을 믿고 모든 것을 맡기는 강한 신앙심으로 의식을 이끌어갑니다. 구마의식은 사제의 개인적인 힘이 아닌 하느님의 능력으로 행해진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악령의 이름을 알게 되면 그 정체가 드러나 힘이 약해져 구마가 수월해질 수 있지만, 이는 필수적인 조건은 아닙니다.
다만, 영화에서 흔히 묘사되는 부마자의 몸이 심하게 꺾이거나 천장에 달라붙는 등의 과격한 행동들은 극적 효과를 위한 연출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실제 구마사제들의 견해입니다.
실제로는 부마자의 얼굴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강한 증오심을 드러내는 등의 행위가 주로 관찰되며, 이는 악령이 주변 사람들에게 공포를 심어주려는 행동 중 하나로 해석됩니다.
악령이 빙의를 시도하는 목적은 단순히 한 사람을 해치려는 것을 넘어, 주변 사람들까지 고통받게 하고 신도들에게 "전지전능하신 하느님께서 왜 이런 일을 막지 않으시는가"라는 신앙에 대한 회의감을 던져주어 부정적인 인식을 심으려는 데 있습니다.
구마의식을 집전하는 사제들은 일반 사제와 달리 교황청에서 전문적인 교육을 이수하며, 우리나라에도 구마사제가 존재하고 실제 구마 사례도 있습니다. 하지만 구마의식은 사제의 단독 결정이 아닌 해당 교구 주교의 공식적인 승인을 반드시 거쳐야만 집전이 가능하다는 점은 이 의식이 얼마나 신중하게 다뤄지는지를 보여줍니다.
TheGraceHera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