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mestic Issues Column

사법부 독립 흔들린다… 미국은 종신제로 막은 ‘권력의 유혹’

Marquis.JIN 2025. 11. 5.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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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헤럴드 / 진종구 칼럼니스트

정부여당의 입법 폭주 풍자 그림

 

미국 헌법이 제정되던 18세기 말, 건국의 주역들은 국가 권력이 언제든 폭주할 수 있다는 위험을 직시했다. 이를 억제할 최후의 장치로 사법부를 설정했고, 사법권 독립을 절대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연방판사 종신제를 도입했다.

 

당시 알렉산더 해밀턴은 행정부가 강제력, 입법부가 법률 제정권을 갖는 반면 사법부는 “오직 판단만을 내릴 뿐”이라며, 외압에 취약한 사법부를 보호해야 민주주의가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종신제는 임기나 보복 우려 없이 법관이 법리에 따라 판단하도록 설계된 장치였다.

 

오늘 한국에서 이 역사적 통찰이 다시 소환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대법원이 현 집권세력에 불리한 판결을 내린 직후, 정부 여당에서 대법원장을 향해 “내란”, “사법 쿠데타”와 같은 비난이 쏟아졌고, 사퇴 요구까지 등장했다. 선출 권력이 임명권력인 사법부 위에 군림할 수 있다는 식의 발언도 나와 삼권분립의 근간을 흔들기도 했다.

 

국회에서는 대법관 수 증대, 대법원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 허용 등 사법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법안 구상이 거론되고 있다. 이런 구도가 현실화된다면 집권 세력이 대법원 구성을 사실상 재편하고, 판결의 정당성보다 정치적 유불리가 개입할 여지가 커진다. 사법부 독립의 기초가 무너지는 상황이다.

 

한국 대법원장은 6년 임기, 정년 70세라는 제약에 묶여있다. 현 대법원장은 임기를 다 채우기도 전에 퇴임해야 한다. 그러므로 정치권이 부담 없이 흔들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 있는 셈이다.

 

미국식 종신제가 그대로 한국에 적합하지는 않지만, 사법부를 외풍으로부터 보호할 제도적 안전장치가 충분한가 묻는다면 그 답은 부정적이다.

 

역사는 반복적으로 경고해 왔다. 사법부가 권력에 종속된 국가는 예외 없이 독재로 기울었다. 해밀턴은 사법부가 다른 권력과 결합하는 순간 “가장 위험한 존재”가 된다며, 권력 집중의 위험성을 명확히 지적했다. 이미 입법·행정 권력이 특정 세력에 집중된 상황에서 사법부까지 무너진다면 민주주의 견제 시스템은 사실상 붕괴한다.

 

지금은 제도 논쟁을 넘어 국가의 헌정 질서가 시험대에 오른 시점이다. 사법부는 외압 속에서도 법과 원칙을 지켜야 한다. 법관에게는 칼도 지갑도 없는 이 현실에서, 사법 독립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는 국민의 깨어 있는 의식에 있다. 민주주의의 마지막 방벽이 흔들릴 때 침묵하는 자는 악을 선택한 것이나 다름없다.

 

TheGraceHera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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