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 장치 없는 경찰 수사권, 국민이 위험해진다... 김정숙 사건은 '쉬쉬', 세관공무원들에겐 '쥐 잡듯이'
그레이스헤럴드 / 진종구 칼럼니스트

정치 권력자 앞에서는 무력, 힘없는 국민앞에서는 강력
김정숙 여사 ‘옷값 의혹’에서 드러난 봐주기 수사와 백해룡 경정의 인천공항 마약 사건에서 나타난 강압적 수사. 경찰이 특정 사건에서는 손을 놓고, 다른 사건에서는 무리하게 증거를 맞추려 했다는 의혹이 엇갈려 등장하고 있다. 경찰이 독점한 수사권이 때론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고, 때론 사건을 덮는 방패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런데 여당 정치권이 검찰의 “재수사 요청권”마저 없애기로 한 상황이다. 경찰 권한을 견제할 장치가 사라진다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간다.
내년 9월 검찰청이 공소청과 중수청으로 전환되며 형사사법체계가 재편된다. 이 과정에서 검찰의 마지막 견제 권한인 재수사 요청권까지 폐지한다는 것이다.
수사권·기소권 분리라는 구호 아래 추진되는 이 논의는, 실제로는 국가 수사권을 사실상 한 기관에 집중시키려는 시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법치주의의 기본 원리인 상호 견제와 균형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김정숙 사례가 보여준 ‘부실·방치 수사’ 위험
김정숙 여사의 ‘옷값 의혹’ 사건은 경찰 단독 수사 체계가 가진 부실 수사 위험을 드러냈다. 공적 예산이 사적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중대한 의혹이 제기되었음에도, 경찰은 3년 넘게 사실상 아무런 실질 조사를 하지 않았다. 계좌 추적은 물론, 관련자 소환조사도 없었다. 기록물 압수수색만으로 사건을 틀어쥐다, 정권 교체 후 “증거 불충분”으로 종결했다.
이 사건이 재검토되는 것은 최근 검찰이 재수사 요청권을 발동하여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만약 이 권한이 없었다면, 그 의혹은 영구히 묻히도록 놔 뒀을 것이다.

인천공항 마약 사건이 드러낸 ‘과잉·유도 수사’ 위험
반대로 백해룡 경정 등 경찰의 인천공항 마약 수사 사건은 과잉 수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힘없는 세관 직원들이 2년 넘게 의혹을 받았지만, 운반책들의 주장과 달리 당시 공항에는 ‘그린 라인’이 존재하지 않았는데도 있는 것처럼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현장 검증에서는 특정 진술이 맞는지 강요하는 식의 행동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세관직원을 세워놓고 마약 운반책에게 “이 사람이 맞지 않느냐”고 되묻는 장면까지 있었다고 한다. 세관직원의 스마트워치 기록과 출입 기록 등 객관적 증거가 있었는데도 수사는 지속됐다. 경찰 내부에서도 “잘못 짚은 것 같다”는 기류까지 있었지만 묵살되었다고 한다.
이 사건은 수사를 맡았던 백해룡 경정이 전임 윤 대통령까지 끌고 들어가 무고한 힘없는 말단 공무원이 범죄자로 낙인찍힐 가능성은 물론 정권적 차원의 수사까지도 현재 진행되고 었다.
두 사건이 던지는 동일한 결론
김정숙 사건은 진실 은폐와 봐주기 수사의 위험성을, 인천공항 사건은 강압적 수사와 무리한 기소의 위험을 보여줬다. 방향은 정반대처럼 보이지만, 메시지는 동일하다.
권력이 집중되면 진실은 쉽게 왜곡된다. 이를 바로잡을 외부 견제 장치가 없다면 국민의 권리는 무력해 진다.
재수사 요청권 폐지는 ‘수사 권력 독점’으로 가는 길이다. 경찰과 중수청이 수사를 맡고, 공소청이 기소만 맡는 체제에서 공소청의 재수사 요청권마저 사라지면, 수사 실패·오판·권한 남용을 교정할 방법이 없다. 국가 권력은 완벽해서가 아니라 불완전하기 때문에 나눠 견제해야 한다. 절차가 사라지면 정의도 사라지는 것이다.
이번 논의는 검찰이냐 경찰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잘못된 권력 행사에 브레이크를 걸 장치를 남길 것인가? 아니면 국민을 위험에 노출시킬 것인가?'하는 문제다.
법은 사람을 믿지 않기 때문에 존재한다. 견제 없는 권력은 반드시 폭주한다. 그 폭주가 향하는 방향은 권력이 아니라 시민이다. 시민만 골탕을 먹고 권력자들은 수사를 미꾸라지처럼 피해가는 것이다. 수사 권력의 안전판을 제거하는 시도는결국 대한민국 법치주의를 뒤흔드는 일이 될 것이다.
TheGraceHera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