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대행’의 부활, 불황이 낳은 외로움의 시장화
그레이스 헤럴드 / 진종구 칼럼니스트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이상하게도 사람의 감정이 ‘상품’이 된다.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서 다시금 고개를 드는 ‘애인대행 서비스’가 그 전형적인 예다.
불황이 예견되자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과 ‘연애의 설렘을 돈으로 살 수 있다’는 기대가 맞물리며, 시장은 이 기묘한 상호 이익 구조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
한 남성은 “히키코모리(방콕족) 생활을 하다 외로움이 견딜 수 없어 서비스를 신청했다”고 말한다. 반면 여성 측은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보람을 느꼈다”고 답한다.
서로의 외로움을 채워주는 ‘감정의 교환’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심리적 공허와 경제적 불안이 깊게 배어 있다. 돈이 오가는 순간, 감정은 거래가 되고 관계는 계약이 된다.
이 현상은 단순히 연애의 대체물이 아니다. 주택가격 상승, 청년층 실업, 물가 폭등 등으로 ‘정상적인’ 삶을 유지하기 어려운 세대가 택한 새로운 생존 방식이기도 하다.
즉, “사랑할 여유가 없으니 사랑을 판다”는 냉혹한 현실이다. 누군가는 외로움을 해결하기 위해 지갑을 열고, 또 누군가는 생계를 위해 자신의 ‘친절’을 내놓는다.
문제는 이 구조가 점점 더 위험한 경계로 미끄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여성 이용자는 데이트 후 “서비스 이력을 빌미로 협박당했다”고 호소한다.
성매매 강요, 대출 유도, 감정 착취가 뒤섞이며, ‘연애 경험’이라는 포장 아래 범죄의 온상이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사회는 이를 ‘개인의 선택’으로 치부하며 방관하고 있다.
‘애인대행’의 확산은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청년층이 정상적 경로로 돈을 벌기 어렵다는 구조적 좌절의 반영이다. 과거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창업을 꿈꾸던 청년들이 이제는 ‘감정 노동’을 팔아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사랑이 사라진 자리엔 계약이 들어서고, 신뢰가 무너진 자리에 돈이 대신 앉는다.
경제 불황이 길어질수록 이러한 감정 산업은 더욱 번성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외로움’이 아니다. 우리가 ‘건전한 방법으로 돈을 벌 수 없다’는 절망을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이 시장 논리에 휘둘릴 때, 인간의 존엄은 어디에 서야 할까?
진종구칼럼은 이 질문을 남긴다.
“경제가 무너질 때, 우리의 사랑도 함께 무너져야만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