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비리 이재명 사건에 무릎 꿇은 검찰 — 한 밤중의 항소 포기, 민주주의의 장례식인가?
그레이스 헤럴드 / 진종구 칼럼니스트

11월 8일 0시, 즉 자정 무렵 검찰이 대장동 사건 항소를 포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 순간 나는 마치 대한민국의 법치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듯한 비통함을 느꼈다.
검찰이 국민의 대리인이 아니라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하는 바로 그 장면이었다. 검찰의 항소 포기는 단순한 절차적 판단이 아니다. 그것은 7천억 원이 넘는 국민의 혈세를 범죄 수익으로 돌려주는 결정이며, 사법 독립의 마지막 보루를 스스로 허무는 자해 행위다.
검찰은 지금까지 이와 같은 대형 부패 사건에서 단 한 번도 항소를 포기한 적이 없다. 피고인의 책임과 국가의 손실이 맞닿아 있는 사건에서 항소는 검찰의 ‘의무적 절차’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검찰은 법치의 원칙을 저버리고, 국민의 손실을 감싸 안는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 결과 7,886억 원을 환수하겠다는 약속은 물거품이 되었고, 범죄자들이 7,413억 원을 손에 쥐게 됐다.
법적으로도 이번 결정은 치명적이다. 배임죄처럼 피해자가 있는 사건에서 검찰이 항소하지 않으면, 항소한 피고인들의 주장만이 항소심에서 심리 대상이 된다. 검찰의 논리는 더 이상 고려되지 않고, 결과적으로 피고인들에게 면죄부가 주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민의 혈세를 지켜야 할 검찰이 오히려 범죄자들의 ‘법적 방패’가 된 셈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항소 합의가 이루어졌다는 증언이 이어졌지만, 마지막 순간 법무부장관과 차관 등 ‘윗선’에서 결정을 뒤집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그리고 그 윗선의 ‘윗선’이 누구인지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대장동 사건의 실질적 공범으로 지목된 인물이 바로 현직 이재명 대통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 어느 언론도 중앙지검에서 항소를 포기할 것이라고 예측한 곳은 없었다. 그 만큼 검찰 항소는 당연시 되었다. 그러나 이 사건의 본질은 ‘이재명 사건’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 등 윗선에서 항소 포기를 종용했을 것이다.
만약 이재명이 진정 무죄라면, 왜 굳이 검찰의 항소를 막아야 했는가? 떳떳한 사건이라면 항소심에서 더 강하게 피고인들이 결백을 입증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권력이 검찰의 손발을 묶었다는 사실 자체가 그 반대의 진실을 암시한다. 결국 이번 결정은 ‘법정의 승부’를 두려워한 권력이 ‘행정적 조작’으로 사법 절차를 중단시킨 것과 다름없다.
만약 과거 김건희 주가 조작 사건 수사 당시, 그때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수사팀에 불기소를 지시했다면, 언론은 ‘직권남용’이라 외쳤을 것이고, 야당은 즉각 탄핵을 추진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보다 훨씬 심각한 사안 — 즉, 대통령이 공범으로 연루된 사건의 항소를 막는 결정이 — 아무렇지 않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법치의 붕괴이며, 명백한 탄핵 사유다.
이번 사태는 단지 한 사건의 결말이 아니라, 앞으로 벌어질 더 큰 사법 농단의 신호탄이다. 오늘 항소를 포기했다면, 내일은 공소를 취소할 것이다. 검찰이 권력의 명령에 따라 기소나 불기소, 항소포기 등을 좌우하게 되면, 그 순간 대한민국은 독재의 길로 접어드는 것이다. 정치가 사법을 통제하는 체제 — 그것은 더 이상 민주주의가 아니다.
서울중앙지검장의 사표 제출 또한 면피용으로 보인다. 진정 항소 의지가 있었다면, 사표를 내기 전에 항소장을 제출했어야 했다. 그러나 그는 끝내 항소하지 않았다. 검사의 양심은 침묵했고, 국민의 신뢰는 무너졌다. 사표는 책임의 상징이 아니라 회피의 포장일 뿐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대통령실의 태도다. 강훈식 비서실장이 “대통령 관련 재판이 재개되면 다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은, 사법부 결정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자유민주주의에서 사법부 판결에 ‘다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합법적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이 발언은 또다른 계엄령이나 재판 개입을 암시하는 ‘위헌적 언사’로 읽힌다.
검찰의 항소 포기란 단지 하나의 사건 종결이 아니라, 권력이 사법을 장악하는 첫 관문이다. 검찰은 반드시 항소했어야 했다. 그 전례를 깨뜨린 순간, 법치의 균형은 무너졌고, 사법의 독립은 종이처럼 구겨졌다. 대한민국이 어디로 가는가?
TheGraceHera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