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의 안심 월급, 65세 이후 자산을 움직이는 세 가지 원칙
그레이스 헤럴드 / 진종구 칼럼니스트

나이가 들수록 돈의 액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돈의 ‘흐름’이다. 은행 통장에 1억 원이 있어도 매달 들어오는 수입이 없다면 마음은 늘 불안하다. 노후의 안정은 얼마나 모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흘러가게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다.
첫째, 월 지급식 예금은 은퇴자의 새로운 월급이다. 일반 예금처럼 만기 때 일시 수령하는 대신, 이자를 매달 나누어 받는 방식이다. 4천만 원을 연 4% 금리로 예치하면 한 달에 약 12만 원이 통장에 들어온다. 원금은 그대로 두고 이자만 생활비로 쓰면 된다. 적은 금액이라도 ‘매달 들어오는 돈’이 있다는 사실이 마음의 여유를 만든다.
둘째, 비과세 종합저축 제도는 65세 이상이라면 반드시 챙겨야 할 혜택이다. 이자소득세 약 14%를 면제받을 수 있고, 1억 원까지 적용된다. 다만 자동으로 처리되지 않기 때문에 은행 창구에서 “비과세 종합저축 가입 가능한가요?”라고 직접 요청해야 한다. 이 한 문장으로 1년에 20만 원 넘는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
셋째, 예금자 보호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2025년부터 보호 한도가 1억 원으로 높아져, 한 은행이 부도가 나더라도 1억 원까지는 국가가 책임진다. 따라서 1억 원 이상 예치할 때는 A은행과 B은행 등으로 분산하는 것이 안전하다. 단순한 분산이지만, 위기 상황에서 자산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결국 노후 재무 관리의 본질은 돈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꾸준히 흐르게 하는 것이다. 월 지급식 예금으로 생활비를 마련하고, 비과세로 세금을 막으며, 예금자 보호로 원금을 안전하게 지킨다면 복잡한 투자 없이도 안정된 현금 흐름이 만들어진다. 노후의 평안은 금리가 아니라, 매달 통장에 찍히는 숫자가 주는 신뢰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