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상승OP에서 바라본 DMZ 제1땅굴, 금지된 풍경의 기억

Wayfarer's Path

by Marquis.JIN 2026. 4. 18. 19:18

본문

반응형

 

DMZ 내부에 있어 갈 수 없는 제1땅굴, 2006년 촬영

 

 

비무장지대는 늘 한 걸음 앞에서 멈추게 하는 공간이다. 더 가까이 가고 싶은 마음이 발끝에서 맴돌지만, 결국 허락된 자리에서 바라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2006년, 나는 군의 통제 아래 ‘상승OP’에 서 있었다. 눈앞에는 철책 너머로 이어진 적막한 땅, 그리고 그 아래 어딘가에 존재하는 제1땅굴이 숨 쉬고 있었다.

 

제1땅굴은 1974년 11월 15일, 우리 군 수색조가 땅속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를 이상하게 여겨 파 내려가다 발견된 남침용 통로였다.

 

제1땅굴을 멀리서나마 볼 수 있는 상승OP

 

당시에는 ‘7·4남북공동성명’으로 화해의 기류가 흐르던 때였기에, 그 존재는 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평화를 말하던 손길 뒤에 감춰진 또 다른 의도를 마주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날의 나는 그 역사적 실체를 직접 마주할 수 없었다. DMZ 내부는 촬영은 물론 접근 자체가 철저히 제한되어 있었고, 허락된 것은 오직 먼 거리에서 흐릿하게 바라보는 것뿐이었다.

 

망원 너머로 겨우 포착한 풍경은 선명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 अस्पष्ट함이 더 깊은 긴장감을 남겼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또렷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제1땅굴 모형

 

상승OP 밖에는 실제 크기로 재현된 제1땅굴 모형이 놓여 있었다. 사다리꼴 구조로 단단히 엮인 콘크리트 벽체를 따라 시선을 옮기다 보니, 보이지 않는 땅속의 길이 오히려 더 생생하게 그려졌다.

 

지표 아래 2.5에서 4.5미터 깊이, 그 어둠 속으로 이어졌을 길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서늘한 감각이 스며들었다.

 

그날 촬영한 사진은 오랜 시간 내 기억 속에만 머물러 있었다.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서야 꺼내어 보지만, 여전히 그것은 완전한 기록이라기보다 ‘닿지 못한 풍경’에 대한 단서에 가깝다.

 

어쩌면 DMZ는 끝내 다가갈 수 없기에 더 깊이 각인되는 공간인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 경계 위에서, 우리는 여전히 같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The Grace Herald.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