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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mestic Issues Column

원·달러 환율 1,500원(?) 시대, 우리는 또다시 경고를 외면하고 있다

by Marquis.JIN 2025.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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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헤럴드 / 진종구 경제칼럼

원화는 폭락, 달러는 급등 상황의 그림/ 그레이스 헤럴드

 

한국 경제는 지금 조용한 진동 속에서 균열음을 내고 있다. 환율은 1,470원을 넘어 1,500원 목전에 서 있고, 시장은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무감각해졌다.

 

그러나 한국 경제의 역사에서 1,400원을 돌파한 순간은 단 세네 번에 불과했고, 그때마다 어김없이 위기와 붕괴가 따라왔다. 지금의 침묵은 위험을 모르는 평온이 아니라, 위험을 외면한 무감각이다.

 

이번 환율 급등은 단순한 숫자의 변동이 아니다. 해외 금융기관들은 이미 작년 말, 올해 한국 환율을 1,400~1,550원 구간으로 전망했다. 반면 국내 금융권만이 여전히 1,350~1,400원 수준에서 안이한 예측에 머물렀다.

 

세계는 한국의 문제를 오래전부터 경고했지만, 한국 사회만이 그것을 ‘소음’으로 처리했다. IMF 부총재가 지난 해 한국의 부동산·가계부채를 직접 지적하며 ‘대출 억제와 구조조정’을 촉구했던 메시지도 같은 취급을 받았다.

 

환율이 오르는 동안, 한국은 국내 주식시장 반등에 취했고, 정치권은 개입적 이슈에만 매달렸다. 그러나 시장 내부에서는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다. 대기업은 이미 작년부터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중소기업은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태가 확산되고 있다.

 

기업은행이 취급하는 중소기업 대출의 약 82.9%가 중소기업에게 가 있지만, 그 중 절반 가까이가 1년째 이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불황의 신호가 아니라 연체를 넘어 부도 도미노로 넘어가는 구조적 경고음이다.

 

부동산 시장은 더 심각하다. 올해 들어 부실채권(NPL)은 코로나 위기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NPL 시장에서 거래되는 물건이 너무 많아, 자본을 가진 투자자들이 쏟아져 들어가도 감당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부실이 시장에 넘쳐난다는 것은, 부동산·자영업·중소기업의 손상이 이미 진행형이라는 뜻이다. 단위농협 및 저축은행과 새마을금고에서 터져 나오는 잡음들은 그저 ‘예고편’일 뿐이다.

 

금리는 또 다른 딜레마다. 한국은행은 자영업자·중소기업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금리 인하를 원하지만, 환율이 고환율인 상태에서 금리를 내리면 외환시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펀더멘털이 약한 상황에서 금리 인하는 외환위기의 전조가 된다. 그렇다고 금리를 유지하면 중소기업과 가계는 고통을 견디지 못한다. 한국 경제는 지금 둘 중 하나가 아니라, 둘 다 피할 수 없는 함정 속에 빠져 있다.

 

이런 구조적 압력 속에서 기업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그 충격은 IMF식 붕괴와 비교해도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지금의 위기는 통화·부동산·가계·기업·정책 신뢰가 한꺼번에 흔들리는 다층적 위기이며, 1997년보다 훨씬 복잡한 형태로 다가오고 있다.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 봐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통계 해석도, 단기 경기 부양도 아니다.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과도한 가계부채, 부동산 중심의 자산 구조, 금리·환율 간 괴리, 중소기업의 만성 자본 부족, 정부 정책의 일관성 결여—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일이다.

 

위기는 참혹하지만, 가장 큰 위기는 ‘위기를 위기가 아니라고 믿는 것’이다. 금융당국과 정부의 혜안이 필요한 때이다.

 

TheGraceHera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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