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스 헤럴드 / 진종구 칼럼니스트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넘나들지만, 정작 우리가 손에 쥐고 있는 원화의 가치는 세계 1위의 추락률을 보이며 끝없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이런 괴리 현상은 이미 터키와 베네수엘라에서 목격된 바 있다. 화폐가 똥값이 된 나라일수록 주가는 더 가파르게 오른다. 명목 가격만 튀어 오르는 ‘허상(虛像)의 번영’이다.
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서학개미들의 해외 투자로 환율이 악화됐다”는 발언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는 전문 경제 관료가 내놓을 만한 설명은 아니다. 해외투자 자금과 환율 변동의 상관관계를 모를 리 없는 인물이, 마치 개인투자자의 책임으로 돌리는 듯한 발언을 한다는 것은 정권 기조에 맞춘 정치적 언급으로밖에 해석하기 어렵다.
문제의 핵심은 해외 투자가 아니라 정부·한은이 만들어낸 통화 구조의 붕괴다.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지나친 통화 확대가 계속되면서 실질 환율이 1,100원대에서 1,400원대로 밀려난 바 있었다.
그런데 현 이재명 정부는 그보다 더 과감하게 ‘돈 풀기’에 나섰다. 문 정부보다 두 배의 속도로 통화를 공급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이쯤 되면 원화 가치가 급전직하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집값 상승도 같은 맥락이다. 문 정부 당시 “집값이 폭등했다”고들 하지만, 실제로는 주택의 실질 가치보다 돈의 가치가 더 빨리 떨어졌기 때문에 명목가가 올라간 측면이 컸다. 100만 원으로 사던 물건이 화폐 가치 붕괴로 200만 원이 된 것뿐인데, 정부는 이를 경제 성과로 포장하는 데만 급급했다.

그 와중에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세계 3위에 달한다. 정부가 가계부채 통제를 제대로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결국 빚을 통해 소비를 유지하려는 정책적 유인이 작동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국가가 가계의 지갑을 빚으로 연장시키는 것은 지속 가능한 경제가 아니라, 파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역사적으로 국가 경제는 다음의 수순을 밟으며 무너졌다.
첫째, 재정 악화. 세금으로 100을 걷고 120을 쓰는 구조가 고착된다.
둘째, 지출 확대를 포퓰리즘으로 포장하며 정치적 인기를 얻는다.
셋째, 늘어난 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채 발행·해외 차입·통화 발행이라는 3단계를 동시에 가동한다.
로마도, 몽골도, 베네치아 공화국도 이 순서를 피해가지 못했다.
지금 한국이 걷는 길도 다르지 않다. 국채 발행은 급증하고, 국가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고, 중앙은행은 실질적 통화량 확대를 묵인하고 있다. 결과는 명확하다. 주가는 오르고 환율은 폭등하며, 실질 구매력은 추락하는 ‘후진국형 경제’로 진입한다.
개인이 빚을 내 명품을 사고 여행을 다녀올 때 순간의 만족은 있을지 몰라도 결국 파산한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지속 불가능한 확장 재정과 통화 남발은 파국을 부른다. 저출산·고령화로 재정 기반이 이미 약해지고 있는 나라에서 이런 정책을 계속 유지한다면, 한국 경제는 더 빠른 속도로 내려갈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변명이나 책임 전가가 아니다.
경제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강력한 긴축·재정 정상화·통화 안정이라는 기본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허상을 번영으로 착각해선 안 된다.
지금의 상승장은 축복이 아니라, 몰락의 전조일지도 모른다.
TheGraceHera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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