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강불빛공원, 어둠이 깊을수록 빛나는 것들

괴강불빛공원

해가 진 괴산의 저녁, 괴강불빛공원에 들어서자 어둠 속에서 불빛이 하나둘 깨어난다. 처음에는 나지막한 빛 몇 점이 눈에 들어오더니, 이내 공원 곳곳이 형형색색의 조명으로 물든다. 어둠에 잠겨 있던 나무와 산책길이 제 모습을 드러내고, 고요하던 밤은 어느새 빛의 향연으로 바뀐다.

충북 괴산군 괴강관광지 일원에 자리한 괴강불빛공원은 사업비 60억 원을 들여 조성해 2023년 문을 연 야간 경관 명소다. 화려한 조명과 다양한 볼거리가 어우러져 낮과는 전혀 다른 풍경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이곳의 아름다움은 단순히 밝고 화려한 불빛에만 있지 않다. 어둠이 있어 빛이 더욱 선명하고, 고요함이 있어 작은 반짝임조차 깊은 인상을 남긴다는 데 있다.

산책길을 따라 천천히 걸으며 빛으로 물든 공원을 바라본다. 조명은 나무와 길을 감싸고, 색색의 빛은 밤의 공간에 새로운 표정을 입힌다. 낮에는 무심히 지나쳤을 풍경도 밤이 되면 낯설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한곳에 머물러 바라보다가 몇 걸음 옮기면 또 다른 장면이 펼쳐진다. 눈길이 머무는 곳마다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순간이 이어진다.

문득 빛과 어둠의 관계를 생각한다. 밝음만으로는 빛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드러낼 수 없고, 어둠만으로는 그 속에 감춰진 풍경을 발견하기 어렵다. 서로 다른 두 존재가 함께할 때 비로소 특별한 장면이 만들어진다. 밤의 공원이 건네는 이야기는 화려한 조명 너머에 있었다.

살다 보면 마음이 어두워지는 날도 있다. 앞이 잘 보이지 않아 걸음을 늦추고 싶을 때도 있다. 그렇다고 모든 풍경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둠 속에서도 작은 빛은 제 자리를 지키며 주변을 밝힌다. 그 빛이 크고 눈부실 필요는 없다. 잠시 길을 비춰 주는 것만으로도 다음 걸음을 내디딜 수 있기 때문이다.

괴강불빛공원을 뒤로하고 돌아서는 길, 조금 전까지 반짝이던 불빛이 눈앞에 오래 남는다. 밤은 깊어지고 빛은 멀어지지만, 그날 저녁 마음에 내려앉은 따스한 여운만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어둠 속에서 더욱 아름다웠던 빛의 풍경이 가을밤의 한 장면처럼 조용히 가슴에 머문다.

그레이스 헤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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