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력자들의 병역관련 비윤리적 행위… 전장에 나갈 사람과 자식을 숨길 사람

“군대 안 갔다 온 사람들이 정치인으로 큰소리치고 장관까지 하는 세상이다. 나도 아들 녀석을 군대에 보내지 않았더라면 출세했을 텐데, 괜히 군대에 보내서 출세하지 못했다.”
한 공무원이 자조 섞인 어조로 내뱉은 말이다.
요즘 정치인 자녀의 병역 문제나 정치인 자신의 병역 의혹이 언론에 도배되다시피 할 때마다 문득 이 말이 떠오른다. 묵묵히 병역의 의무를 다한 자녀를 둔 부모로서는 씁쓸함을 감추기 어렵다. 병역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사람이 오히려 손해를 보고, 병역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은 사람들이 권력의 자리에 오르는 현실이라면 과연 공정한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1950년 6월 25일, 북한군은 전차를 앞세워 남침했다. 북한군은 약 240여대의 전차를 보유했지만 국군에는 전차가 한 대도 없었다. 대전차 무기도 턱없이 부족했다.
국군은 수류탄과 화염병, 폭약 등을 동원해 적 전차에 육탄으로 맞섰다. 포탄을 들고 안전장치를 제거한 뒤 적 전차에 접근해 폭사하는 희생까지 불사했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이름 없이 쓰러진 병사들의 피와 목숨 위에 세워졌다.
그러나 전쟁을 수행하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북한의 저격부대가 적 후방에 침투할 때는 임무를 수행하라는 명령만으로도 작전이 가능하고, 귀환 계획조차 없이 사실상 죽음을 각오하게 하는 방식이 통할 수 있다. 반면 자유세계의 군대는 다르다. 임무를 마친 특수부대원을 헬기나 함정으로 귀환시키는 계획까지 세운다. 임무 완수뿐 아니라 군인의 생명과 존엄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식의 소모적 희생과 자유세계의 책임 있는 작전 수행은 구별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오늘의 젊은이들도 적 전차 앞에서 목숨을 걸 수 있을까. 나는 그렇다고 믿는다. 나라와 전우를 지키려는 청년의 용기는 시대가 바뀌었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문제는 젊은 세대가 아니라 국민에게 희생을 요구하면서 자신과 가족은 그 의무에서 벗어나려는 정치 권력층이다.
병역은 힘없는 집안의 자녀에게만 부과되는 의무가 아니다. 권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국가에 대한 책임은 무거워야 한다. 물론 모든 고위공직자와 그 자녀가 병역을 회피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위를 이용한 특혜와 편법이 반복된다면 국민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아들에게 희생을 요구하기 전에 당신과 당신의 자녀는 어떤 책임을 다했는가.”
정치인들을 모두 달나라로 보내자는 말이 나올 만큼 정치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물론 정치인을 지구 밖으로 보낼 일은 아니다. 권력의 혜택을 누리는 만큼 책임도 무겁게 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국민의 아들은 전선으로 보내면서 자신 그리고 자신의 자녀만 안전한 곳에 두려는 정치 권력층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전쟁터에서 국민의 아들만 희생되는 나라가 아니라 권력자도 같은 의무 앞에 서는 나라, 그것이 6·25전쟁의 희생으로 세운 대한민국이 지켜야 할 자유의 품격이다.
그레이스 헤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