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 진종구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집권 기간 동안 북핵 문제를 국가 생존의 핵심 변수로 인식하고, 기존의 ‘외교적 수사’가 아닌 ‘전략적 억지력’ 구축에 집중했다. 그 대표적 조치가 한일 징용 문제에 대한 국내 비판을 감수한 결단이었다.
징용 문제란,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과 관련해 일본 기업이 직접 배상하지 않고, 한국 정부가 조성한 기금으로 피해자에게 보상하는 방식이다.
이 결정은 단지 과거사 정리가 아니라, 미국과 일본이 요구한 한미일 안보공조 복원의 전제 조건이었다. 윤 전 대통령은 “징용 문제는 미국과 북핵 문제 때문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즉, 국내 정치적 비용을 치르더라도 외교·안보의 대국적 전환을 선택한 것이다.
이 결정은 실제로 국제 안보 환경을 움직였다. 윤 전 대통령은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한미 핵협의그룹(NCG)을 출범시켰고, 이어 핵 공동 억제훈련을 처음으로 실시하게 만들었다.
특히 미국이 초기 훈련안에서 한국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 시나리오를 반영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자, 윤 전 대통령은 훈련 문서를 집어 던지며 “핵무기 제조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증언이 전해진다.
이 발언은 핵무장을 선언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더는 핵 인질로 머무르지 않겠다는 의지를 미국에 전달한 전략적 신호였다. 이후 한미 정상이 공동작전지침을 승인했고, 북한의 핵 공격을 가정한 대응훈련이 계획되면서 한국은 실질적 핵억지 구조에 진입하게 되었다.
이처럼 윤 전 대통령의 외교적 행보는 단절이 아니라 축적의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그 정점이 바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마러라고' 회동 성사였다.
'마러라고'는 단순한 리조트가 아니라 트럼프의 정치적 심장부였으며, 당시 세계 정상들이 먼저 방문하기 위해 경쟁하던 국제정치의 무대였다. 일본조차 초청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한국은 다양한 외교 채널과 종교·경제 네트워크를 통해 이 회동을 가장 먼저 확보했다. 특히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와의 기업 외교라인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증언도 있다.
이는 단순한 친분 행사가 아니라, 트럼프 2기 정부의 외교전략에 한국이 ‘핵심 동맹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역사적 기회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중요한 회동을 앞둔 시점에 왜 비상계엄이라는 극단적 조치가 추진되었는지에 대해 국민 누구도 납득할 만한 설명을 듣지 못하고 있다.
계엄은 국가가 내부의 폭동이나 전시 상황에서 군을 동원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이다. 마러라고 회동이 성사되었다는 사실은 오히려 외교적으로 대외신뢰가 최고조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미국 보수 진영과의 연결이 강화되고, 핵 억지동맹의 구조가 완성되는 바로 그 시점이었다.
그렇다면 왜 도리어 안보의 자신감을 보여야 할 국가가 비상계엄을 발동하려 했는가? 이 질문은 단지 과거의 특정 사건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익과 외교전략의 본질을 되묻는 중대한 의문이다.
그 후 정권이 교체되며 외교 기조도 전환되었다. 현 이재명 정권은 한국이 제외된 미·북 판문점 회동을 위해 트럼프가 북한을 실질적인 핵 보유국이라고 평가했는데도 불구하고 “환상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 회동은 북핵 폐기나 동결을 이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북한의 핵 보유를 국제적으로 용인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트럼프의 제안이었다. 한국 없이 진행되어 북핵을 용인할지도 모를 회담을 “환상적”이라고 언급한 것은 매국적 발언이다.
윤 전 대통령은 시대가 준 안보의 기회를 끝내 완결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가 구축한 한미일 안보체제는 현 정권의 외교 기반으로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결국 오늘의 외교 안정성은 현 정권의 성과가 아니라, 윤석열 정부가 만들어 놓은 안보 구조의 연속선상에 있다.
따라서 지금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하나다.
트럼프 당선인과의 마러라고 회동까지 성사시킬 만큼 대한민국이 국제무대의 중심에 서 있었던 그 시점에, 왜 계엄이 필요했는가?
이 물음에 대한 신중하고 투명한 해명 없이는, 우리의 외교 역사 어느 지점도 제대로 평가될 수 없다. 계엄의 이면에 무엇이 있었는지, 그 판단은 개인이 아니라 국가의 진로를 결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TheGraceHera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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