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을 뒤흔든 정권, 침묵에 길든 국민 — 대한민국의 위기는 정치가 아니라 국민의식이다.
그레이스 헤럴드 / 진종구 칼럼니스트

최근 한국갤럽과 전국지표조사(NBS) 결과, 더불어민주당은 증시 호황과 APEC 정상회의 등 각종 호재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0월 5주차 한국갤럽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43%에서 41%로, NBS 조사에서는 39%로 떨어졌다.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국회 출석 논란, 최민희 국회 과방위원장의 딸 결혼식 축의금 논란, 그리고 부동산 정책 혼선이 잇따르며 여권의 신뢰도는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이 밀어붙였던 사법개혁 역시 ‘사법부 독립 훼손’과 ‘정권 방패막이’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현직 대통령의 형사재판을 정지시키려던 이른바 ‘재판중지법’은 국민적 반발에 직면하자 하루 만에 철회되었다. 그러나 그 충격은 사라지지 않았다.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려는 ‘대법관 증원안’까지 내놓으면서, 여권이 사법부를 정권의 방패로 만들려 한다는 불신이 커졌다.
게다가 11월 7일 자정, 검찰이 대장동 비리 사건의 민간업자들에 대한 항소를 전격 포기한 결정은 이런 의심을 더욱 짙게 만들었다. 이재명 대통령과 관련된 재판의 흐름을 유리하게 만들려는 ‘정치적 판단’ 아니냐는 비판이 검찰 안팎에서 폭발했다. 결국 민주당은 사법과 법치의 영역에서까지 권력의 이해를 앞세운 정당이라는 낙인을 스스로 찍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국민의힘은 이러한 여권의 악재에도 반사이익을 전혀 얻지 못하고 있다. 지지율은 여전히 20~30%대 초중반에 머물며, 민주당과의 격차는 15%포인트 내외로 고착화되고 있다.
특히 중도층의 지지율에서 민주당(43%)은 국민의힘(15%)을 압도하고, 정당 호감도 역시 민주당 49%, 국민의힘 30%로 격차가 크다. 국민의힘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이미 멀어졌고, 중도층은 그들에게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국민 내부의 병리적 현상이다. 지금 한국 사회에는 포퓰리즘의 달콤한 환상에 취한 ‘우민의식(愚民意識, Mass ignorance )’이 깊게 퍼져 있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우리 국민이 어리석은 탓에. 독선과 아집에 분노하면서도 선거 때만 되면 '그래도 찍어주자'는 나라의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국가는 흔들려도 눈앞의 이익만을 좇고, 공의(公義)는 무너져도 내 손에 쥐어진 현금성 복지에 만족한다. 정치인들이 국민의 표를 얻기 위해 미래 세대의 부담을 담보로 돈을 풀어도, 대다수는 그것을 ‘혜택’이라 믿는다. 그렇게 국민은 빚진 자유를 향유하고, 정권은 표를 담보로 권력을 연장한다.
이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형식만을 남기고, 그 안의 정신은 무너지고 있다. 사법은 권력의 손아귀에서 흔들리고, 정치는 책임 대신 생색과 독선으로 포장된다. 공의는 사라지고, 진실은 침묵하며, 국민은 현실의 안일함 속에서 스스로의 자유를 조금씩 포기하고 있다.
민주당은 사법 악재로 흔들리고, 국민의힘은 대안 부재로 정체되어 있다. 그러나 이 나라의 진정한 위기는 정치권의 무능보다, 그 무능을 용인하고 방관하는 국민의 체념에 있다. 우민의식과 포퓰리즘의 최면에서 깨어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은 다시 권력의 수레바 속으로,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국민으로 전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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