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스헤럴드 / 진종구 칼럼니스트

더불어 민주당 등 여당이 추진하던 ‘대통령에 대한 재판 중지법’은 여론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불과 하루 만인 11월 3일 철회됐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심각한 법안, ‘법 왜곡죄’는 여전히 국회 법사위에서 밀어붙이고 있다.
겉으로는 “법을 바로 세우겠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그 속내는 “대통령의 뜻에 반하는 법관은 처벌하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법의 이름으로 사법부를 길들이려는 시도가 이제 노골화된 것인가?
법원행정처는 국회에 제출한 공식 의견서에서 “법 왜곡죄는 사법부 장악의 도구가 될 수 있다”며, 헌법상 삼권분립의 근간을 뒤흔드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경고했다.
의견서는 “히틀러와 스탈린 체제에서도 ‘법 해석 왜곡’을 명분으로 사법부가 통제되었다”고 지적하며, 이 법안이 민주주의의 붕괴를 재현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그 경고는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독재의 시작은 언제나 법을 무기로 삼았고, 그 법은 언제나 권력의 방패였다.
‘법 왜곡죄’는 겉으로 보기엔 단순하다. “법률을 의도적으로 왜곡해 부당한 판결을 한 법관을 처벌한다”는 조항이다. 그러나 그 핵심은 모호하다. ‘의도적 왜곡’이란 무엇이며, 누가 그것을 판단하는가?
법 해석은 본래 다양하다. 서로 다른 법리와 가치 판단은 사법의 본질이다. 그럼에도 정치권이 ‘왜곡’ 여부를 재단하겠다고 나서는 순간, 사법 독립은 사라진다.
특히 이번 논란의 이면에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윤석열 전 대통령 사건을 담당한 지귀연 판사를 겨냥했다는 분석이 있다. 권력의 뜻에 맞지 않는 판결을 내린 법관을 ‘법을 왜곡했다’며 처벌하겠다는 신호다. 결국 이 법은 대통령의 의지에 반하는 재판을 한 자를 범죄자로 만드는 ‘사법보복법’이 될 위험이 있다.
법원 내부에서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한 현직 판사는 “이 법이 통과되면, 대통령의 의중을 거스르는 판결은 모두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며, “사법부는 더 이상 헌법기관이 아니라 권력의 하청기관이 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과거 나치 독일에서도 법관들은 ‘국가 의지’에 맞지 않는 판결을 내렸다는 이유로 처벌되었고, 스탈린 치하의 소련에서는 ‘인민의 적’이라는 이름으로 숙청되었다. 지금 대한민국 국회가 그 전철을 밟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은 법 왜곡죄의 위험성에 아직 충분히 주목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사법부를 정치의 하수인으로 만드는 일은 한 번 시작되면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법관이 권력의 눈치를 보게 되면, 재판은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법 왜곡죄를 진정 정의롭게 만들고 싶다면, 법관뿐 아니라 입법자와 대통령 역시 그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법을 가장 심각하게 왜곡해온 주체가 종종 ‘법을 만드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의 문턱에서 중대한 선택 앞에 서 있다. 법을 통해 권력을 제어할 것인가, 권력을 통해 법을 재단할 것인가. 법 왜곡죄가 통과된다면, 그 답은 이미 정해져 있다. 그날, 대한민국은 더 이상 법치국가가 아닐 것이다.
TheGraceHera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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