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스 헤럴드 / 진종구 칼럼니스트

대장동 비리의 핵심 인물 남욱을 둘러싼 최근 행보는 단순한 뻔뻔함을 넘어선다. 파렴치해도 너무 파렴치하다.
남욱은 1심에서 징역 4년을 받고도 추징금 ‘0원’으로 빠져나간 뒤, 이제 검찰청을 찾아가 “동결된 재산을 어떻게 풀면 되느냐”고 당당히 물었다고 한다. 범죄 수익으로 의심돼 묶어둔 돈 중 남욱 몫만 약 500억 원 가량이다. 그런데 그 500억을 다시 꺼내가겠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떤 나라에서 이런 일이 가능한가.
검찰은 대장동 일당의 범죄 수익을 추적해 총 2070억 원을 추징보전해두었다. 그 목적은 분명했다. 범죄자가 불법 수익을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하게 막고, 최종적으로 환수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법원이 남욱에게 추징금을 한 푼도 매기지 않은 순간, 그 안전장치는 사실상 무너졌다.
더 어이없는 것은 검찰이 항소조차 포기했다는 사실이다. 상급심 판단을 받을 기회마저 스스로 버리고, 범죄자들이 재산을 되찾아 갈 길을 활짝 열어준 셈이다.
결국 상황은 이렇게 요약된다.
“대장동으로 수백억 챙겨도, 몇 년만 살고 나오면 다시 내 것이다.”
이런 메시지를 범죄자들에게, 그리고 국민들에게 국가가 보내고 있다.
대장동 사업으로 인해 성남도시개발공사와 시민이 입은 경제적 피해는 명백하다. 그래서 피해 회복을 위해 소송이 필요했고, 추징보전은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동결이 풀리면 범죄자들이 재산을 처분하고 숨기기 시작할 것이고, 성남시가 승소하더라도 실제 돈을 돌려받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된다.
국가는 범죄자를 처벌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돈은 범죄자에게 돌려주는 기이한 나라가 되고 있다.
법무부 장관은 “2000억 원 정도는 아직 보전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보전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아무도 모른다. 제도는 허술했고, 공권력은 둔했다. 범죄자들은 그 틈을 비웃으며 파고들었다. 특히 남욱은 변호사였기 때문에 그 허점을 가장 잘 활용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래서 더욱 분노가 치미는 것이다.
죄의 대가를 치르는 것이 아니라, 죄를 짓고도 웃으며 나오는 꼴이기 때문이다.
일반 시민이 세금 몇 만원만 밀려도 계좌 압류가 들어오는 나라다. 그런데 대장동 비리로 500억 원대 재산을 가진 남욱은 법적 허점을 이용해 그 재산을 ‘다시 내 돈’으로 되찾아간다. 이런 현실을 보고 어떻게 법치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대한민국의 법과 제도는 누구 편인가.
국민인가, 아니면 범죄로 천문학적 이득을 챙긴 자들인가.
대장동 비리의 파렴치함은 이미 국민적 공분을 샀다. 그러나 그보다 더 파렴치한 것은, 이런 범죄 구조를 제대로 막지 못하고 오히려 보호해 주는 정치권력과 그 정치권력에 무력화된 사법 시스템이다.
범죄자가 웃고, 피해자는 울고, 공권력은 책임을 회피하는 나라—국민이 “대한민국에서 살기 싫다”고 외쳐도 이상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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