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atioal Security

정보전의 시대, 일본은 국가정보국을 세우는데 우리는 역주행 중

by Marquis.JIN 2025. 11. 19.
반응형

그레이스 헤럴드 / 진종구 칼럼니스트

한국의 국가정보원(National Intelligence Service)

 

일본이 마침내 ‘국가정보국’ 창설을 공식화했다. 140년 내각 역사상 첫 여성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이 조치는, 갈라진 정보를 하나로 모아 종합 분석하는 통합형 정보기관으로의 도약을 의미한다. CIA, MI6처럼 전략 정보를 총괄하겠다는 선언이다.

 

일본은 그동안 외사경찰·내각정보조사실·방위성 정보본부 등으로 흩어진 정보를 중앙에 집결시키지 못해 안보 공백을 겪어왔다. 중국의 공작, 러시아의 잠입, 사이버·AI 기반 침투전까지 겹치면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흥미로운 건 일본의 이 움직임이 결코 ‘정보 후진국의 분발’이 아니라는 점이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임진왜란 직전 치밀한 정탐으로 한반도 정밀 지도를 제작했던 것처럼, 일본의 정보 역사는 생각보다 길고 집요하다.

 

막부 시대 닌자의 전통, 러시아 간첩 조르게를 적발했던 외사경찰의 역량, 글로벌 기업망을 활용한 경제 정보 체계까지 일본은 본래 ‘정보 DNA’를 갖춘 국가였다. 다만 전후 反군국주의 정서가 이를 묶어둔 것이고, 지금 국제 정세가 그 족쇄를 풀어버린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일본이 통합정보기관을 만들며 국가 역량을 끌어올리는 이 시점에, 우리는 정반대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60년 넘게 쌓아 올린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은 폐지됐고, 국내 정보 수집 기능은 사실상 마비됐다.

 

한때 북한·중국 관련 HUMINT(인적첩보)에서 일본에 비해 비교우위를 갖고 있던 한국 정보기관은 지금 여의도 정치의 연장선으로 전락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장이 구속되거나 표적이 되는 나라에서, 정보기관이 제 기능을 하길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일본은 중국의 침투 공작을 ‘조용한 침공’으로 규정하며 국가적 대응체계를 세우고 있다. 반면 우리는 국내 방첩 기능을 붕괴시키고 “정보기관의 축소가 곧 민주주의 강화”라는 낡은 프레임에 갇혀 있다. 세계가 AI 기반 첩보, 비밀 공작, 공격적 정보전 대비에 국가 역량을 총동원하는 시대에, 한국만 ‘정보 무장해제’를 자처하는 형국이다.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한국 국가정보원(NIS)이 일본 국가정보국을 벤치마킹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지도 모른다. 후발 주자인 일본이 정보 인프라를 통합하고 확장하는 사이, 우리는 정보전의 최전선에서 스스로 무기를 내려놓고 있다.

 

국가 간 경쟁은 군사력·경제력뿐 아니라 정보력의 싸움이다. 정보는 국가의 눈이며, 눈을 감은 국가가 미래를 본다는 것은 착각이다.

 

우리가 어느 순간 일본의 뒤를 따라가며 “왜 저들은 앞서가고 우리는 제자리인가”를 묻게 될지 모른다. 이미 그런 조짐은 시작되고 있다. 정보전의 시대는 국가가 잠든 틈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TheGraceHerald.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