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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Health & Common Sense

돼지감자 깍두기와 함께 찾아온 나이듦의 맛... 당뇨 예방에도 좋아

by Marquis.JIN 2025.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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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헤럴드 / 진종구 에세이

돼지감자 깍두기

 

어느덧 내 젓가락은 부드럽고 매끈한 것보다는 울퉁불퉁한 것으로 먼저 향한다. 그중에서도 내가 어렸을 적엔 ‘재수 없는 덩이’라며 돼지에게 던져줘 버리곤 했던 감자같은 덩이뿌리. 아하! 그래서 돼지감자로 부르는가 보다! 

 

그 천덕꾸러기 돼지감자가 이제는 깍두기 재료로 귀하게 여겨지니 참 아이러니다. 다만, 나의 안락함을 포기하고 스스로 돼지감자의 껍질을 벗기는 게 일이라면 일이다. 표면이 매끈하지 않은 뿌리 위를 칼로 조심히 지날 때마다, 마치 지난 시간의 굴곡을 하나하나 헤아리는 듯 어릴 적 추억에 젖어든다.

 

이제는 맛이 밋밋하거나 심지어 아무 맛도 없는 심심한 맛이라해도, 단단히 챙겨 먹는다. 왜냐하면 나이 들어가며 당뇨병을 예방하고자 하는 나의 열정 탓에, 이 낯설고 투박한 뿌리식물을 일부러 골라 먹게 되었다.

 

이렇게 돼지감자 깍두기를 먹게 된 이유에는 과학이 나를 설득하는데 한 몫했다. 돼지감자에는 이눌린(inulin)이라는 비소화성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혈당을 천천히 올라가게 만들고, 다른 일부 연구에서는 식후 혈당과 GIP(포만호르몬 유사 인크레틴)의 농도를 낮춘다는 논문들이 내 눈길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동물 실험 결과에서도, 돼지감자의 이눌린이 간지질 대사를 개선하고 장내 미생물 균형을 조절해 혈당과 지질 수치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 증거가 쌓이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물론 모든 식물에는 나름의 약효가 있겠지만 그래도 당뇨와 나이는 무관치가 않아서다.

 

그래서 나는 이를 무심한 건강식이 아니라, 시간의 부드러운 동반자로 받아들인다. 어쩌면 이는 내게 조금 쓸쓸하고, 또 은근히 아름다운 루틴이 되었다. 내가 손질해놓은 감자 뿌리로 정성껏 깍두기를 담그고, 그 소박한 맛을 나는 조용히 음미한다.

 

그 깍두기는 단순한 반찬이 아니다. 내 삶이 얼마나 깊이 뿌리박혀 왔는지, 그리고 지금 얼마나 부드럽고 단단하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은 증표이다. 그렇다고 당뇨가 있는 것은 아니다. 

 

나이 듦은 종종 사람으로 하여금 젊었을 때 전혀 관심 두지 않았던 것들을 사랑하게 만든다. 돼지감자 같은 투박하고 겉모습으로만 보면 별다르지 않은 존재가, 어느 날은 내 삶의 의미를 담는 그릇이 된다.

 

TheGraceHera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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