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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Health & Common Sense

별이 지는 자리, 다시 피어날 약속

by Marquis.JIN 2025.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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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헤럴드 / 진종구 에세이

 

나는 죽음을 이 생의 무거운 마지막 페이지가 아닌, 다음 장을 여는 새벽 문턱으로 사랑한다. 종결이 아닌 관문으로서의 죽음. 이 명제는 유한한 삶을 더 깊이 끌어안고, 매 순간을 영원처럼 가꾸게 만드는 가장 아름다운 초대장이 된다.

 

삶을 극진히 사랑하기 위해 기꺼이 죽음의 얼굴을 마주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웰 다잉'의 서정이다.

 

인생의 후반기에 접어들면, 우리는 자연스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흔적을 되짚는다. 그때 비로소 깨닫는다.

 

떠나는 이들이 남긴 마지막 고백, "미안하다. 고맙다. 그리고 다시 산다면 잘~ 살고 싶다."는 세 마디의 진실이야말로 인간 존재의 가장 순수한 빛이라는 것을.

 

후회로 일렁이는 마지막 대신, 감사와 평온함으로 채워진 담담한 미소를 준비하는 삶. 그것은 잘 죽기 위한 준비이기에 앞서, 지금 이 순간을 충만하게 사는 '웰빙'의 완성이 된다.

 

진종구 교수는 그의 책 '동행'에서 죽음을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으로 바라보며, 우리의 삶을 시간의 일직선상에 찍힌 두 개의 점으로 비유했다. 태어남이 첫 번째 점이라면, 죽음은 두 번째 점이다.

 

하지만 이 두 번째 점 이후, 선은 끊어지지 않고 저 너머로 고요히 이어진다. 죽음은 단지 이생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다음 세계로 가벼워진 영혼이 걸어 들어가는 우아한 변곡점일 뿐이다.

 

우리의 모든 사랑과 기억은 소멸하지 않고, 두 번째 점을 통과하는 빛나는 에너지가 되어 영속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중세 수도사들의 가르침, "죽음을 기억하라는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공포가 아닌 낭만을 위한 주문이다. 죽음을 기억함으로써 오늘을 가치 있게 살라는, 시간을 밀도 있게 채우라는 신호다.

 

별이 지는 자리가 결코 어둠의 끝이 아니듯, 우리의 마지막 숨은 이 생에서 피워낸 가장 아름다운 꽃이다. 그 꽃을 가슴에 품고, 우리는 미지의 새벽으로 향한다. 후회 없는 오늘의 사랑만이 두 번째 점 이후의 일직선을 가장 눈부시게 밝혀줄 것이다.

 

TheGraceHera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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